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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축구 관전 후기 (feat : 챔피언스 리그)

by 용브로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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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5월 9일 씀.  월드컵 축구 시즌이라 옛글 축구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카타르 월드컵 관련글은 아님)

초저녁 약기운에 취해서인지 비몽사몽간에 일찍 잠이 들고 말았다 매년 봄 이맘때쯤이면 나를 괴롭히는 알레르기에 이번에는 독감까지 겹쳐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목이 말라 눈을 뜨니 새벽 3시다. 알람을 맞추어 놓지도 않았고, 굳이 그 시간에 애들처럼 축구 경기를 시청해야 할 이유도 없고, 축구광도 아닌 내가 왜 그 시간에 눈이 떠졌을까? 확실히 사람에게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슨 영감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  이 시간이 토터넘과 아약스 준결승 2 차전 빅 매치 중계 시간이지..." 얼른 리모컨에 손이 갔다 물 한잔들이켜고 티브이를 켜니 시작 5분 전 나야 어느 팀이 이기든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데 이왕 눈이 떠졌으니 호기심도 발동되었고 또한 손흥민이 뛴다니 기대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패기의 아약스가 발 디딜틈 없는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구장에 홈 팬들의 광적인 응원 속에 힘입어 불꽃 공격으로 전광석화와도 같이 두골을 집어넣어 전반 10? 분이 채 지지나 않았는데 벌써 2대 0, 손 흥민이 6분경에 골대를 맞히는 불운이 겹쳐   "아! 오늘은 토터넘이 이대로 주저앉는구나" 하는 실망감이 밀려왔다. 1차전 1 실점 포함 3점을 더 득점해야 원정 다득점순에 따라 겨우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은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거의 패색이 짙었다.

" 에라이~  몸도 시원 찮은데 티브이 끄고 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후반전 5분경에 브라질 출신 루카스 모우가 한골을 만회하는 것이 아닌가   "에이~, 설마 앞으로 두골을 언제 더 넣겠느냐?"는 마음으로 지켜보니 또 5분도 안되어 루카스가 한골을 더 집어넣자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고 잠이고 뭐고 이건 끝까지 봐야 되는 게임이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의 연속으로 잠은 다 달아 나고 내 생애 이런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예기치 않은 행운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두 점을 만회하여 2대 2가 되었지만 아직 한 점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토터넘은 죽을 힘을 다해서 뛰었고 한 점을 사수하겠다는 아약스 어린 선수들의 투지 또한 놀라웠다. 그러나 전세를 뒤집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운명의 시간은 여지없이 한 발자국씩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90분 정규 시간이 종료되고 마지막 인쥬어리 타임 5분이 주어 졌으나 아약스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기적은 일어 났다. "암스테르담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의 히어로 루카스 모우가 헤트 트릭을 기록하는 마지막 결정타를 터 뜨리고 말았다. 모든 관중들과 선수들 심지어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심장은 멎어 버리고 말았다.

 

인간이 바라고 또 바라고 죽도록 힘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하면 기적이 일어 날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일개 스포츠 게임이지만 진한 감동과 함께 귀한 교훈을 얻었다. 강렬한 흥분 뒤에 오는 나른함과 일종의 행복감이 밀려왔다.

손 흥민은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해 뛰었으나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서구인에 비해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전혀 손색이 없었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가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리버풀의 기적적인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는데, 오늘 이 경기는 그 보다 도 더한 기적을 만들어 내었으니 명실공히 축구가 아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임에 틀림이 없다


인정! 인정! 다음달 6월 2일 새벽 4시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챔피언 결정전!  이번에는 결승전에 한국인 최초?로 결승전에서 풀타임으로 뛰고 있고 토터넘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손 흥민도 나오니 아예 잠을 자지 않더라도 월드컵 결승에 한국이 진출한 것에 버금가니 지켜보아야겠다.

 

토터넘의 최전방 공격수인  아일랜드 출신? 에이스 인 헤리 케인은 현재 부상중이다.  박지성이 2008년 결승에 진출했으나 그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이 결승전에 박지성을 기용하지 않아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조용히 있으려다 좀이 쑤셔 이 감동을 혼자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기어코 나의 관전 후기를 올리게 되었다. 나도 이 나이에 축구 광팬이나 된 것 같아 진짜 쑥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나는 축구에 대해서 젊은 친구들처럼 그렇게 잘은 모르고 또한 스포츠 마니아도 아니다.  "스포츠는 스포츠 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감동을 먹고 이를 통해 또 배울 점이 있다면, 이 또한 Why not? 이 아니겠는가?  아~  새벽이 밝아 오는 거 보니 벌써, 아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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