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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강 도다리

by 용브로 2022.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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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다리 라고 들어 보셨나요?

약수역 사거리 먹자골목 횟집 벽에 나 붙어 있는 메뉴판 목록 중 하나이다. 광어, 우럭 앞에 굵은 글씨에 뛰어 쓰기도 없이 밑줄까지 쫙 친걸보니 뭔가 괜찮은 고급 진 메뉴가 아닐까 하고 직감했다. 회집에 웬 강도다리 라니? 설마 뜬금없이 Robber leg (강도? 다리)를 뜻하지는 않을진대, 듣기에 어감이 쪼까 기괴 하기는 하다.

미루어 짐작컨데, 횟집이니까 도다리를 뜻하나 보다 하긴 했지만, 강 도다리라면 되게 힘 좋고 센 놈인가 보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아마 약 도다리도 있으니 차별화시키기 위함일지도 모른다는 나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자체 분석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대자 한 사라(접시)가 광어 우럭 모둠 한사라와 합하여 6만 원도 아닌 소비자를 우롱하는 가격인 5만 9천 원 이란다.

일단 시식해보자는 의견에 주문에 들어갔고 실물이 나왔는데 에게게? 횟집 쟁반 위 부품하고 풍성한 깔개 장식 위에는 정작 간에 기별이라도 갈까 한두 점 집어 먹으면 끝인 것 같다. 아마도 광어나 우럭에 비해서는 고급인가 보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냥 맛보기 정도의 양이다. 소주 한잔에 와사비 간장에 찍어 지긋이 맛본 식감은 약간 쫄깃한 맛은 있는 것 같다. 그 처럼 강도? 다리는 처음으로 우리들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다음날 친구들에게 강도 다리 먹어 봤냐고 하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게 강도 다리도 아니고 강한 도다리도 아니란 걸 금방 깨닫게 된 건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 도다리가 아닌 강에 사는 강( 江 ) 도다리가 아니냐고 되묻기에 아차! 우리가 그때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서로 파안대소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께름칙한 일이 떠올랐다. 아니, 강에 사는 도다리라면 생으로 회를 뜨서 먹으면 민물고기일 텐데 그러면 간디스토마 나 허파 디스토마가 당연히 걱정거리인데 아무 생각 없이 디리 먹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까나? 국민학교시절 때 자연 시간에 열심히 배웠고 일제고사 시험 문제로 늘 등장하던 무시무시한 기생충 디스토마가 아닌가? 어제 먹은걸 오바이트할 수도 없고 복불복... 아..몰라~ 라고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겠나? 요즘 구충제 약 좋다고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며 약을 무슨 후식처럼 달고 산다는 모씨말에 다소 위안은 되었지만 껄쩍찌근? 한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야, 오늘 일요일 빈둥빈둥 타임에 요놈의 강도 다리를 제대로 대해부를  해야겄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온갖 검색을 시도해본다.요놈의 이름은 강 도다리이지만 강에서만 사는 민물고기가 아니고 연안 해변가에서 살면서 가끔 강을 따라 바람 쐬러 나들이 다니는 바람난 넙치과가 아닌가 하는 아전인수격이고 자위적인 결론을 내려본다.  

바다에서 강으로 오르 내리는 바람난 도다리라니. "젖소부인 바람났네"라는 영화제목이 떠 올랐다. 이 넘이 쫄깃쫄깃한 맛은 있지만 어쨌던 강 도다리 라니 위생상 께름칙 하기는 하다.   일단 별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가격도 그리 싸지는 않다 보니 가성비? 차원에서 과연 또 먹게 될까 하는 생각은 든다.

이상, 경자년 (2020년) 연초 강도다리 에피소드 임.

2020.01.19 yglee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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