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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화초 키우기

by 용브로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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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들이 가득한데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에는 이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시간이 지나니 관리하기가 좀 어려워 다소 정리하는 게 좋겠다 싶어 아주 키가 큰 화초와 못생긴 것, 시지 부지 한 것들거의 반 정도를 과감히 버렸는데도 아직 꽤 많이 남아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살 것 같은 놈 들만 고르다 보니 여기서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구나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머니는 워낙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시고 매일 물 주고 보살피니 잘 자라는 것은 당연했고 어떤 것은 꽃이 만개했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귀가 어두우시니 사람과 달리 대화가 필요 없는 화초들과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워하셨던 것 같다. 햇빛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베란다에서 활짝 핀 꽃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면 세상 근심을 다 잊어버리고 마냥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베란다 화초
베란다 화초

 


수년 전 어느 날 서울서 들리러 왔을 때 베란다에 이름 모를 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해 있었지만 화초나 꽃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고 감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무표정인 채 아무런 감정 표현도 하지 않고 지나쳤더니 사람이 그렇게 감정이 메말라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시며 고우면 곱다고 이쁘면 이쁘다고 사람이 표정과 감정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나무라시던 기억이 난다.

며칠 전 화분에 물을 주다가 보라색 화초가 꽃봉오리를 맺어 있기에 눈길이 갔다. 몇 달간 지켜보았는데 화초들 중에서 아주 조그맣고 연약해 보였으나 세련된 보라색으로 단장한 잎새가 예사롭지 않은 기품이 있고 화려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날 며칠간 물을 주지 않았더니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고사 일보 직전인 것 같아서 제일 먼저 응급조치로 물 공급을 했더니 그다음 날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생기 있게 살아났었다. 일개 연약한 화초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돌보면 강한 생명력이 살아나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 어머니가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후 베란다 화분에 물은 잘 주고 화초들은 잘 살아있느냐고 물으시면서 이제 매일 물 주기도 귀찮을 텐데 버릴 것은 버리고 괜찮은 건 아까우니 아는 사람들에게 주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말씀은 그렇게 했겠지만 정성 들여 키우던 화초들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애잔한 심정을 얼핏 애써 외면하는 듯한 눈빛과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그나마 사진이라도 좀 찍어서 내일 어머니 병원에 가서 보여 드리고 아직 남아 있는 화초들은 잘 살아 있다고 말씀드려야겠다. 그리고, 하얀색 꽃봉오리가 제법 피어오른 저 보라색 화초의 이름도 물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 있는보라빛 화초
베란다에 있는보라빛 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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