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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중환자실 체험기

by 용브로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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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구 날씨라지만 이렇게 변덕스러울 수가 있을까? 지난주 노모가 예기치 않게 넘어져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만사 제쳐 두고 서울에서 내려와 가족들과 24시간 교대로 돌보고 있다.
 
그 어려운 고관절 수술 후 2-3일간 고통스러워하시며 침상 난간을 붙들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지를 않나, 왼팔까지 부러져 더 어려운 상태인데  답답하신 지 임시 깁스를 두 번이나 풀어 벌이고, 간호사가 보호자를 급히 불러 졸다가 황급히 뛰어가곤 한다. 그러나  섬망 조짐까지 보이던 때와 비교하면 오늘 밤은 정말 평온하게 잘 주무시고 조금 전에 깨어 몇 시냐고 물으신다 새벽 3시 57분...

오늘은 그 덕에 나도 의자 3개를 붙여 만든 임시 침상에서  쪽잠이지만 정말 맛있게 잤다. 하지만, 그 무덥던 날씨가 한기를 느낄 만큼만  쪼그리고 뒤척이며 잤지만 이만 하면 지난 몇 번에 비하면 천지차이 다 날씨변덕 못지않게 다소 안정된 것을 보니 정말 다행스럽다. 어제 이불 두 개를 낑낑 들고 와 남은 하나를 덮었으니 망정이지 그렇게 안 했더라면 오늘 정말 추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옆 침상에서 가족이 소리 없이 흐느끼다가 흰 광목을 씌우고 침상채로 실려 나가는가 하면, 찬송가를 계속 부르고 자기를 빨리 데려가 달라고 농담 아닌 진담을 하시던  91세 맞은편 침상 할머니, 죽음을 별로 두렵게 생각하지 않는 듯이 보여 한편으로 놀랍고 경이롭게 느꼈다.

 

하지만, 어저께 본인이 그렇게 가고 싶다던 하늘나라 대신 병세가 호전된 건지 일반병실로 강등? 되어 가셨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족과는 달리 본인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인지  불행한 일인지 잘 판단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대소변 받아 내며 중환자를 돌봐야 하는 환자 가족들의 힘겨움은, 삶과 죽음의 길목에 서 있는 환자 본인에 비할바는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4개가 나가고 부인은 팔이 부러져 수술대기 중인데 중환자실에 있는 본인은 휴대폰으로 함께 사고를 당한 자기 부인의 수술과 관련하여 자식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느라 휴대폰을 종일 끼고 지낸다.
멀리서 밤새 고함, 괴성을 지르지를 않나  아프다고 소리치는 중환자실 풍경에 다소 적응이 되어가는지 이제 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병원이 다소 중간급 종합병원이지만 민간병원이라서 의사 간호사들이  아주 친절하여 대학병원 같은 데서 갑질하던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던 나로서는 판단컨대, 수술경과가 제일 중요하겠지만 다른 것은 현재까지는 좋은 선택인 것 같아 보인다.
 
인근 형님 근무지에서 걸어서 10 여분 정도이니, 119 엠브란스 구급차에 실려와 응급실 입원 수속을 하는 그 경황이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이곳 병원 선정을 한 것은 그래도 우리 가족이 환자 돌보기에는 위치상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은 사방이 조용하며 다소 여유롭기까지 하다. 아직 2차 팔수술까지 있는 마당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보자고 다짐한다.
 
곧 날이 밝으면 또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간병인과 보호자들이 오고 가고,  집도의사와 수련의들의 회진도 있을 테니 중환자실이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을 텐데, 일단 비교적 적막한 이 심야 시간이나마  마음을 가다듬고 정수기 더운물로  KANU 새벽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 새벽 4시 45분이다.....   
  

중환자실 심야정경
중환자실 심야정경(2018.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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