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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애완견 가게 앞에서

by 용브로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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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 길을 가다 보면 애완견 분양가게가 꽤 눈에 띈다.  애완견 용품 가게, 애완견 병원 등 애완견과 관련된 가게들이 성업 중인 것 같다. 우리나라 반려견의 숫자가 21년 말 기준으로 500만 마리를 넘는다고 하니 추정치일 뿐이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애완견 관련 산업이 성업중일 만도 하다.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 안에는 반려견을 동반한 이웃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옷까지 예쁘게 입혀 유모차에 태워 나들이까지 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요즘은 개 TV까지 생겨 개가 심심하지 않도록 하루종일 개 방송을 하고 시청견?의 주인은 별도 유료 시청료를 내는 개판?인 세상이다.

 

인간과 개의 관계는 실로 오랜 세월 동안 계속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개가 인간의 유익한 동반자 관계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정말 개 같은 삶?을 영위해 왔다고 볼 수 있겠다. 흔히들  인간을 비하하는  최악의 표현으로써 개 XX, 개 같은놈이라 칭하고, 서양에서도  Son of bitch 라 하며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최악의 욕으로, 개가 그 욕의 대상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개는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며 주인의 목숨을 구하는 충견도 있고 평생 앞 못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맹인견도 있는데    정말로 개같이 대접받는 개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세간의 유머에 인간과 개가 달리기를 하면 인간이 지면 개 보다 못한 놈, 비기면 개 같은 놈, 이겨 봤자 개보다 더한 놈이란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같이 인간은  개를 최대한  비하의 대상으로 여긴다.

 

필자는 사실 개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우연히 동네에서 개 싸움하는 것을 구경했다. 개들이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하던 중 개 한 마리가 분을 참지 못해서인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무는 바람에, 나는 개와 함께 엉켜서 길바닥에 나뒹굴어지고 어린 나이에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는 다리를  물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몇바늘 꿰매는 응급 수술까지 했다.  광견병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해서 몇 달간 고생하며 병원에 다닌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몸도 많이 상했고 학교 공부도 충실히 하지 못했다. 개에 대한 공포로 길을 가다가도 개가 보이면 빙 둘러  가거나, 아니면 다른 길로 피해 가곤 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라면 무조건 멀리하게 되었고, 아무리 예쁜 개를 봐도 정이 가지 않았다. 나이가 든 요즘에는 마음이 변해서인지 가끔은 반려견을 한 마리 구해서 키워 볼까도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뒷치닥 거리를 해야 하며, 부수적인 일이 장난이 아닌 것 같아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개는 순수하다.  자기를 사랑해 주고 돌봐 주는 주인에게는 무한 복종 하고 인간들처럼 그렇게 배반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고 배반하는 것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우리 인간들과는 다르다. 내가 사랑하고 정을 주는 만큼 상대방도 이를 소중히 알고 반응하는 개가 인간들보다 오히려 나은 측면이 있지 않은가 싶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애완견 분양 가게에서  유리로 된 육각 칸막이 공간에 갇혀 있는 애완견들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애완견들은 하나의 생명체로 이 세상에 태어 나서 저 좁은 공간에 갇혀서 어느  누구의 소유가 될지도 모르는 운명으로 가게 주인이 주는 물과 사료로 연명하는 모습이 정말 애처로워 보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천진난만하게 뒤집고 혼자서 외롭게 놀며 멍멍 짖기도 하며 자신이 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한 생명체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디 좋은 주인을 맞나 애완견으로서  주인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한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한 삶이 되기를 내심 기도 하며 씁쓸한 발걸음을 집으로 향 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던 그날, 가게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며 찍은 동영상 아래에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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