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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비둘기의 생태(生態)

by 용브로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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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한 달이 넘도록 집을 비운 채 한참 동안 있다가 돌아왔다.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 십일 층 맨 동쪽 끝 집이라 비상구 문을 열면 공간(空間)이 있어 빈 화분 하나가 항상 놓여 있다. 오랜만에 비상구 문을 열고 자세히 살펴보니 빈 화분에 메추리 알만한 알 두 개가 놓여 있었고 만져 보았더니 아직 따뜻했다. 밑바닥에는 지푸라기 몇 개를 얼기 설기 깔아 놓고 깃털도 몇 개가 빠져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비둘기의 소행(所行)인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문을 다시 열어 보니 내 생각과 다름없이 비둘기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앉아 있었으며 내가 가까이 접근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알을 품고 있기에 살짝이 문을 닫고 나왔다. 수컷은 망을 보고 있는지 한 번씩 왔다 갔다 할 뿐이고 암컷은 부화(孵化)를 시키느라고 먹이 사냥도 못해서인지 털에 윤기도 없고 꺼칠꺼칠하게 보여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연의 이치(理致)는 동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에 동정심이 생겨서 성의껏 보살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주 모이를 갖다 주곤 했더니 꼭꼭 쪼아 먹고 알을 품기를 반복하더니 6월 말경 아침에 문을 열고 관찰해보니 두 마리의 비둘기가 태어나 있었고 어미 비둘기는 먹이사냥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리의 형제는 서로 몸을 껴안다시피 엉켜서꼬물꼬물 거리는 양은 차마 보기가 애처로웠고 한편으로는 앙증스럽기까지 했다. 너희들을 이세상에 태어나게 해주려고 어미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모르느냐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잘 자라서 날아갈 때까지 내가 잘 보살펴 주마하고 결심을 했다.

 

모이를 성의껏 흩어주고 콩, , 보리쌀 등을 주었는데 콩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더 많이 주었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산모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어미 비둘기가 입으로 되새김질을 해서 새끼들을 먹여 살리는지 어린것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볼 때 신기했으며 비둘기의 생태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약 5 일쯤 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른 새벽에 소낙비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언뜻 비둘기 생각이 떠 올랐다.

 

혹시나 비를 맞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이 되어 급히 달려가 보았더니 세상에 이게 웬일입니까?화분에 물이 고여서 비둘기 새끼 형제가 물에 잠겨 발발 면서 파드닥 거리면서 사경(死境) 헤매 있는 것이 나도 불쌍하고 애처로. 나는 당황해서 급하게 덥석 져 내어 놓고 먼저 타올로 물기를 닦아주고 마른 으로 둘러싸 놓았다.

 

 

 

어미 비둘기들은 갔을까 하고 살펴 보니 계단 두 마리가 앉아서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히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 이 말 못하는 날짐승들아 보고만 있지 말고 입으로라도 물어서 져 주지 하면서도 물에서사경을 헤매고 있는 새끼들을 보면서 그 어미 비둘기는 얼마나 애간을 태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보지 않았더라면 다 고 말았겠다 하는 생각을 하니 정말 아.

 

비가 내려치지 앉는 에 벽돌을 몇 개 아 올려 지를 만들었다. 바닥에 신문지를 먼저 깔고 그 에 타올 도 깔아 새끼 비둘기 형제를 겨 놓았다. 그리고 모이를 어 주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제서야 들이 내려 모이를 쪼아 먹고 새끼를 품으며 입으로 되새김질을 해서 먹이를 주는 것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그리하여 새끼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니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은 다를 바가없구나 하는 것을 느.

 

어느 날 문을 수리 하 할아지에게 비둘기 이야기를 했더니 금방스 하나를 구해서 문을 내고 지를 만들어 주면서 여기에다 기르세 했다. 할아지의 어린 생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사의 뜻을 했다. 서 형제비둘기는 다시 한번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에 있는 배설물을하기가 들어서 애들아 너희들은 언제쯤이나 배설 할거냐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비둘기
비둘기

 

 

약 보름쯤 지을까 이 털도 나고 는지 지를 문 밖으로 하여 물 실례를 할 때도 있지만 나의 일어 주었다 이법 둥 놀기도 하지만 아직 어려서 , 등을 주면 쪼아 먹고 큰 비둘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니 기분이 흐뭇했다. 가더지니 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지고 내가 문을 열면 나한로 다가 오곤 했으며 나도 궁금 해서 비상구 문을 자주 열어 보곤 했다.

 

는 새끼들에게 나르는 훈련을 시키는지 계단을 하나 둘씩 오르 내리 하더니 어느 날은 훈련이 다 끝이 는지 어로 날아 가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도 되고 섭섭하기도 하여 하게 서서 너편 상을 바라보니 모두가 거기로 날아 가서 우리 집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 내가 들어 신를 보내니 한꺼번에 모두 날아 왔다. 모이를 흩어 주니 신나게 쪼아 먹는 것을 보니 짐승도 말은 안통하지만 으로 의사소 있어 신기하고 스럽고 여웠다. 등을 어 주니 갯죽지를 치켜 올리면서 열심히 쪼아 먹었다.

 

 

그런데 놀게도 새끼 비둘기는 제 혼자 많이 먹을 심으로 어미 비둘기를 입으로 마구 물어 깃털이 이에 있는 것을 보았다. (平和) 인 비둘기도 생에는 서로의 심이 끝이 없어 보다. 그나 어미는 점잖게 새끼들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희들끼리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치도 고 시커먼 비둘기 여섯마리나 들이 닥 아파트 복도 간에 앉아 있기에 너희 들도 모이가 이 나서 날아 왔구나 하면서 제 많은 모이를 려 주었더니 우리 비둘기들은 시 날아 쪼아 먹는데 낯선 비둘기들은 서먹서먹 한지 안 하며 빙빙 돌기만 했다. 양편은 서로 초긴장 상태에 있는 것처지만 신나게 모이를 먹고 있는 우리 비둘기들을 보고는 도히 못 겠는지 푸드득 날아 모두 함께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었다.

 

 

아파트 난간에 비둘기 한쌍이 날아와 앉아있다
아파트 난간에 비둘기 한쌍이 날아와 앉아있다

 

그런데 갑자기 새끼 비둘기가 풀쩍 날아 올라 낯선 비둘기를 물어 어 깃털이 빠져서 바람에 날아 가는 것을 보았다. 서로가 받쳐서인지 물고 고 몇 번을 우더니 새끼 비둘기가 하다가 혼이 는지 우리 날아 피신해 있는데 낯선 비둘기가 따라 서 기어 리는 것을 보니 날짐승도 생에는 피물도 인정사정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둘기는 온순하고 화롭고 소성(歸巢性)을 이하여 거리(遠距離) 신에도 기도 하으며 로부터 화의 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약 두어 달 넘게 체험 하고 직접 관찰하면서 스스로 느껴 보지 못했다면 비둘기의 생태(生態)실감 하기가 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새끼 마리가 보이지 않고 다른 마리는 너편 상에서 리를 갸뚱갸 하더니 금방 날아 왔다. 마리는 생사를 라서 궁금 하기 짝이 없었다.

 

구가 나의 생을 보고 가더니 종종 비둘기 안부를 화로 기도 하고 우리 애들은 나를 보고 "마는 부지런도 하다. 열심히 보살펴 주면 부네 집처 혹시 박씨 하나라도 물어다 지 아나요?"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날짐승을 가까이 하면 병균어 오기 우니 이 그만 하세 하는 말에 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의를 해야겠다고 하면서도 문을 열어 보면 비둘기들은 저상에서 대기 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푸드득 하고 날아 왔다.

 

날짐승이지만 민첩하고 리한 새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쉬움 추고 모이는 커녕 정하게 문을 닫아 버렸. 얼마 후에는 문을 열어 놓고 거지를 하고 있는데 데 없이 비둘기 한 마리가 에서 나를 히 바라 보고 있지 않은가. 낯익은 비둘기라 너 반가서 인연이 있었기에 나를 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모이를 넉넉하게 주고는 문을 닫아 버렸.

 

게도 덥던 여름도 자연의 법칙 에서는 복을 하고 가을이 다가 바람이 불어오고 도 간간히 뿌렸. 이 비둘기들은 어서 잠을 자고 먹이는 어먹는지 걱정이 되었다. 인정과 인연이 무엇길래 사람과 짐승 사이에도 서로 없는 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에 공이 있어 산 나가면 비둘기들이 많이 있어 혹시나 낯익 비둘기가 있나 하고 심히 살펴보아도 나타나질 않았다.게 세월이 흘러 1 년는데 금년 6월에 뜻에도 작년 그 화분에 데 없이 카락 가는 이 가로 세로 한 치가 놓여 있고 깃털도 빠져 있는 것을볼 때 작년의 그 비둘기가 올해도 왔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이게 고운 사를 서 구해 왔을까 하는 의문이들었다.

 

 

이 짐승들아 올해는 그만 접어 두자 하고 을 거두고 화분에다 각을 덮 놓고 나왔다. 다음날 보니 각을 집어 것을 보니 틀림없이 비둘기의 소행인 알고 다음에는 쓰레 담긴 봉투 놓았더니 단념을 했는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인간()만 모여서 살아 가는 것이 아니라 만물(萬物)이 더어 살아 가는 ()이기 때문에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으면서 형 관를 이면서 살아 간다고 하한 이 세상에는 가 아름다운것은 사이다.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과 소 없이는 아 것도 되는 일이 없다. 날짐승에 과한 비둘기도 언어 소은 되지 않아도 아껴주고 사베풀면 서로가 교감 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

 

 

나는 과 자연을 사한다약 두어 달 넘게 비둘기의 생태를 관찰 하면서 거운 시간을 보. 내 주구 들이 모두 돌아 오지 못하는 여행을 떠나고 나 혼자 아 있어 때로는 울 할 때도 없지 않다만 을 사 하면서 화분에 물을 주고 화(花草)를 가까이서 보살펴 주면 내 마음이 따.이런 두고 행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다.


이천십이년 구월구일

己未 素庵


 
두루말이 한지 위에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원본 글로써 개인적인 사유로 소중히 보관 하고 있음
두루말이 한지 위에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원본 글로써 개인적인 사유로 소중히 보관 하고 있음

 


글쓴이가 여러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발간 함.
글쓴이가 여러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발간 함.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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