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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비둘기의 생태(生態)

by 용브로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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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수년 전 돌아가신 노모(老母)가 생전 90세를 바라보는 2012년에 쓴 글임>
 

 
서울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한 달이 넘도록 집을 비운 채 한참 동안 있다가 돌아왔다.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 십일 층 맨 동쪽 끝 집이라 비상구 문을 열면 공간(空間)이 있어 빈 화분 하나가 항상 놓여 있다. 오랜만에 비상구 문을 열고 자세히 살펴보니 빈 화분에 메추리 알만한 알 두 개가 놓여 있었고 만져 보았더니 아직 따뜻했다. 밑바닥에는 지푸라기 몇 개를 얼기설기 깔아 놓고 깃털도 몇 개가 빠져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비둘기의 소행(所行)인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문을 다시 열어 보니 내 생각과 다름없이 비둘기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앉아 있었으며 내가 가까이 접근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알을 품고 있기에 살짝이 문을 닫고 나왔다. 수컷은 망을 보고 있는지 한 번씩 왔다 갔다 할 뿐이고 암컷은 부화(孵化)를 시키느라고 먹이 사냥도 못해서인지 털에 윤기도 없고 꺼칠꺼칠하게 보여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연의 이치(理致)는 동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에 동정심이 생겨서 성의껏 보살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자주 모이를 갖다 주곤 했더니 꼭꼭 쪼아 먹고 알을 품기를 반복하더니 6월 말경 아침에 문을 열고 관찰해 보니 두 마리의 비둘기가 태어나 있었고 어미 비둘기는 먹이사냥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마리의 형제는 서로 몸을 껴안다시피 엉켜서 꼬물꼬물 거리는 양은 차마 보기가 애처로웠고 한편으로는 앙증스럽기까지 했다. "너희들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려고 어미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 모르느냐"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잘 자라서 날아갈 때까지 내가 잘 보살펴 주마"하고 결심을 했다.

 

모이를 성의껏 흩어주고 콩보리쌀 등을 주었는데 콩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더 많이 주었다짐승이나 사람이나 산모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어미 비둘기가 입으로 되새김질을 해서 새끼들을 먹여 살리는지 어린것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볼 때 신기했으며 비둘기의 생태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로부터 약 일쯤 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른 새벽에 소낙비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는데 언뜻 비둘기 생각이 떠 올랐다.

혹시나 비를 맞고 있지나 않는지 걱정이 되어 급히 달려가 보았더니 "세상에.... 이게 웬일입니까?" 화분에 물이 고여서 비둘기 새끼 형제가 물에 잠겨 발발 면서 파드닥 거리면서 사경(死境) 헤매 있는 것이 나도 불쌍하고 애처로 . 나는 당황해서 급하게 덥석 져 내어 놓고 먼저 타올로 물기를 닦아주고 마른 으로 둘러싸 놓았다.

 

 

 

"어미 비둘기들은   갔을까 ?" 하고   살펴 보니  계단 두 마리가 앉아서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 "이 말 못 하는 날짐승들아 보고만 있지 말고 입으로라도 물어서 져 주지..." 하면서도 물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새끼들을 보면서 "그 어미 비둘기는 얼마나 애간을 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보지 않았더라면 다 고 말았겠다 하는 생각을 하니 정말 아.

 

비가 내려치지 앉는 에 벽돌을 몇 개 아 올려 지를 만들었다. 바닥에 신문지를 먼저 깔고 그 에 타월 도 깔아 새끼 비둘기 형제를 겨 놓았다. 그리고 모이를 어 주고 문을 닫고 나왔다. 그제서야  들이 내려 모이를 쪼아 먹고 새끼를 품으며 입으로 되새김질을 해서 먹이를 주는 것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그리하여 새끼들이 잘 자라는 것을 보니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 은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것을 느.

 

어느 날 문을 수리하러 온할아지에게 비둘기 이야기를 했더니 금방   스 하나를 구해서 문을 내고 지를 만들어 주면서 "여기에다 기르세요" 했다.  할아지의 어린 생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 사의 뜻을 했다. 서 형제비둘기는 다시 한번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에 있는 배설물을 청소하기가 들어서  "얘들아, 너희들은 언제쯤이나   배설 배설할 거냐? "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비둘기
비둘기

 

약 보름쯤 지을까 이  털도 복실 복실 나고   는지 지를 문 밖으로 하여 물 실례를 할 때도 있지만 나의 일 어 주었다 이 법 둥  놀기도 하지만 아직 어려서 ,  등을 주면 쪼아 먹고 큰 비둘기도 들락 날락하면서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니 기분이 흐뭇했다.  날씨가더워지니  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문을 열면 나한로 다가오곤 했으며 나도 궁금해서 비상구 문을 자주 열어 보곤 했다.

 

는 새끼들에게 나르는 훈련을 시키는지 계단을 하나둘씩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어느 날은 훈련이 다 끝이 는지 어로 날아가서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도 되고 섭섭하기도 하여  하게 서서 너편 상을 바라보니 모두가 거기로 날아가서 우리 집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 내가  들어 신를 보내니 한꺼번에 모두 날아왔다. 모이를흩어 주니 신나게 쪼아 먹는 것을 보니  짐승도 말은 안통안 통하지만 몸짓으로짓의사소   있어 신기하고 스럽고 여웠다. 등을 어 주니   갯죽지를 추켜올리면서 열심히 쪼아 먹었다.

 

그런데 놀게도 새끼 비둘기는 제 혼자 많이 먹을 심으로 어미 비둘기를 입으로 마구 물어 뜯어 깃털이 이에  있는 것을 보았다. (平和) 인 비둘기도 생 에는 서로의 심이 끝이 없어 보다. 그나 어미는 점잖게 새끼들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어느 날은 희들끼리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치도 고 시커먼 비둘기  여섯마리나 들이닥쳐 아파트 복도 간에 앉아 있기에 너희들도 모이가 이 나서 날아왔구나 하면서 제 많은 모이를 려 주었더니 우리 비둘기들은 시 날아 쪼아 먹는데 낯선 비둘기들은 서먹서먹 한지 안절부절못하며 빙빙돌기만 했다. 양편은 서로 초긴장 상태에 있는 것처 지만 신나게 모이를 먹고 있는 우리 비둘기들을 보고는 도히 못 겠는지 푸드덕 날아와모두 함께 열심히 모이를 쪼아 먹었다.

 

아파트 난간에 비둘기 한쌍이 날아와 앉아있다
아파트 난간에 비둘기 한쌍이 날아와 앉아있다

 

그런데 갑자기 새끼 비둘기가 풀쩍 날아올라 낯선 비둘기를 물어뜯어 깃털이 빠져서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서로가  받쳐서인지 물고 고 몇 번을 우더니 새끼 비둘기가   하다가 혼이 는지 우리 현관 문  날아 피신해 있는데 낯선 비둘기가 따라와서 기어   리는 것을 보니 날짐승도 생 에는 피물도 인정사정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둘기는 온순하고 화롭고  소성(歸巢性)을 이하여 거리(遠距離) 신에도 기도 하으며 로부터 화의 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약 두어 달 넘게 체험하고 직접 관찰하면서 스스로 느껴 보지 못했다면 비둘기의 생태(生態) 실감하기가 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새끼  마리가 보이지 않고 다른  마리는 너편 상에서 리를 갸우뚱하더니 금방날아왔다. 한마리는 생사를 라서 궁금 궁금하기 짝이없었다.

 

 구가 나의 생을 보고 가더니 종종 비둘기 안부를 화로 기도 하고 우리 애들은 나를 보고 "마는  부지런도 하다. 열심히 보살펴 주면 부네 집처 혹시 박 씨 줄지요?" 하면서 농담을 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날짐승을  가까이하면 병균 묻어오기 우니 이 그만하세요 하는 말에 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의를 해야겠다고 하면서도  문을 열어 보면 비둘기들은 저 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푸드덕하고 날아왔다.

 

날짐승이지만 민첩하고 리한 새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쉬움 추고 모이는 커녕 정하게 문을 닫아 버렸. 얼마 후에는 문을 열어 놓고 거지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비둘기 한 마리가 창문틀 에서 나를 히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낯익은 비둘기라 너 반가서 인연이 있었기에 나를 찾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모이를 넉넉하게 주고는 문을 닫아 버렸.

 

게도 덥던 여름도 자연의 법칙 에서는 복을 하고 가을이 다가 바람이 불어오고 도 간간히 뿌렸. 이 비둘기들은 어서 잠을 자고 먹이는 어  먹는지 걱정이 되었다. 인정과 인연이 무엇길래 사람과 짐승 사이에도 서로 잊을 수 없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에 공이 있어 산책하러 나가면 비둘기들이 많이 있어 혹시나 낯익 비둘기가 있나 하고 심히 살펴보아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 년 는데 금년 6월에 뜻에도 작년 그 화분에 난난데없이난데없이 머리카락처럼 가는  이 가로 세로 한 치가 놓여 있고 깃털도 빠져 있는 것을볼 작년의 그 비둘기가 올해도  왔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이게 고운 사를 서 구해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짐승들아, 올해는 그만 접어 두자 "하고 철사 줄을 거두고 화분에다 판자 조각을 덮어 놓고 나왔다. 다음날 보니 판자조각을 뒤집어 떨어뜨린 것을 보니 틀림없이 비둘기의 소행인줄알고 그 다음에는 쓰레기 담긴 봉투를 얹어 놓았더니 단념을 했는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인간()만 모여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물(萬物)이 더어 살아가는()이기 때문에 수많은 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조화와균형 관를 이면서 살아간다고 하 한 이 세상에는 가 아름다운 것은이다.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과 소 없이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날짐승에 과한 비둘기도 언어 소은 되지 않아도 아껴주고 사 베풀면 서로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나는 과 자연을 사한다 약 두어 달 넘게 비둘기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 내 주 친구들이 모두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을 떠나고 나 혼자 아 있어 때로는 울적할 때도 없지 않다만 을 사랑하면서 화분에 물을 주고 화(花草)를 가까이서 보살펴 주면 내 마음이 따 해진다. 이런 걸걸 두고 행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다.


2012년 9월 9일

己未 (1919년) 生 素庵 

 


 
 
생전 노모 (老母) 가 두루말이 한지 위에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원본 글로써 소중히 보관 하고 있음
생전 노모 (老母) 가 두루말이 한지 위에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원본 글로써 소중히 보관 하고 있음

 


 

본글을 포함하여 노모의 여러 글과 작품들을 모아 생전한권의 책으로 발간 했음.
본글을 포함하여 노모의 여러 글과 작품들을 모아 생전 한권의 책으로 발간 했음.

 
 


 

비둘기 한쌍
비둘기 한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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